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53

🍄 버섯 키우기 – 조용한 관찰일지 Day 1버섯 키트가 도착했다. 겉보기엔 그냥 흰 덩어리. 축축하고 차갑다. 냄새는 거의 없다. 습도를 맞춰야 한다고 해서, 물 한 번 뿌려줌. 손끝에 닿는 촉감이 좀 이상하다.아직 아무 변화는 없다. 기다리는 일밖에 없다.Day 2아침에 확인. 어제랑 똑같음. 하지만 겉이 살짝 더 눅눅해진 느낌. 습도는 유지됨. 물을 너무 많이 주면 곰팡이 생긴다고 해서 딱 한 번만 뿌려줌.밤엔 어둡게, 햇빛은 피해서 서랍장 안에 넣어둠. 조금 답답할까?Day 3아무것도 안 변했다. 그래도 물은 줬다. 습도계는 없지만 겉이 마르면 안 된다니까.눈에 보이는 건 없는데 뭔가 안에서 자라고 있는 기분은 있다. 기분일 수도. 아니면 내가 조급한 걸지도.Day 4아침 7시. 변화 있음. 배양체 한쪽에서 진짜 작고 동그란 점 하.. 2025. 4. 17.
🦗 귀뚜라미를 키운다는 건, 소리를 곁에 둔다는 것 누군가 있다고 느껴지는 밤귀뚜라미를 키운다고 하면, 대부분 고개를 갸웃해요. “그 소리나는 벌레를 왜?” 그렇게 묻죠.그런데 조용한 밤에 단 한 마리 귀뚜라미가 내는 소리를 들어보면 그 질문은 조금 달라질지도 몰라요.귀뚜라미는 낮엔 조용히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노래를 시작해요. 그 소리는, 누군가 있다는 느낌을 남겨줘요.혼자 있는 방 안에서 가만히 들려오는 울음은 생명이 있다는 신호 같거든요.키우는 건 어렵지 않아요작은 플라스틱 통, 펄라이트나 코코피트, 은신처로는 종이컵이나 계란판 하나만 있어도 돼요.먹이는 치어사료, 잘게 썬 당근, 감자, 사과도 좋아요. 하루 한두 번 정도 습도를 유지해주면 충분해요. 너무 촉촉하면 안 되고, 마르지만 않게.온도도 중요해요. 20도 초반대에선 좀처럼 울지 않더라고요.. 2025. 4. 16.
🐜 개미 농장을 오래 지켜봤다는 건 그냥 해보고 싶었어요, 별생각 없이처음엔 그냥 해보고 싶었어요. 작은 통 하나, 투명한 플라스틱. 그 안에 개미가 산다니. 진짜 될까 싶었고, 사실… 뭐가 어떻게 되는지도 잘 몰랐어요.그냥 여왕개미 한 마리. 물 조금, 먹이 젤리 하나. 그리고 한참. 아무 일도 안 일어나더라고요. 죽었나? 싶을 정도로. 근데 배가, 아주 살짝… 오르락내리락. 그걸 보고서야 “아, 아직 살아있구나” 생각했죠.그때는 진짜 그랬어요. 이걸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근데 해야 할 건 별로 없었고, 하면 안 되는 게 많았어요.처음 알을 봤을 땐, 그냥 조금 가벼워졌어요처음 알을 봤을 때, 진짜 감정이 확 오는 건 아니었어요. 근데 어딘가 가벼워졌던 건 사실이에요. “아, 시작됐구나.” 그 정도?그리고 일개미. 정말 작고… 아직 .. 2025. 4. 16.
🦎 도롱뇽과의 조용한 하루 굳이 도롱뇽을…? 그런데 말이에요처음엔 그런 생각 들었어요. 이걸… 굳이 키운다고? 도롱뇽을? 그 미끌미끌하고, 물속에서 가만히 있는 거. 좀 애매하고, 뭔가 특별히 예쁘다기보단… 조용한 생명?근데 그게 좋더라고요. 누구랑도 말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잖아요. 말 없이 그냥 옆에 있어줄 누군가. 그게 필요했던 것 같아요.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마음이 잔잔해져요도롱뇽은 진짜 가만히 있어요. 한참을 바라보고 있어도, 잘 움직이지 않아요. 그래서인지… 나도 그냥 멈추게 돼요.물속에 떠 있는 나뭇가지 위에서 숨 쉬는 것도 거의 안 보이는데, 가끔 눈을 깜빡일 때— 그때야 “아, 살아있네” 싶어요. 그 정도로 조용해요.습도, 진짜 중요해요. 얘네는 피부로 숨 쉬잖아요. 그래서 공기마저 촉촉해야 해요. 하루에 한두 .. 2025. 4. 14.
🕷 틈 사이에 앉아 있는 생명 “거미? 그걸 왜 키워…?”다들 그렇게 말해요. 솔직히 나도 처음엔 무서웠거든요. 다리가 너무 많고, 빠르게 움직일까 봐 괜히 긴장되기도 하고.근데 이상하게… 눈이 갔어요. 움직임이 거의 없는데, 그래서 더 궁금했어요. ‘왜 가만히 있는 걸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물론, 아무 생각 없겠지만요. 그래도요.거의 안 움직이는 생명인데, 왜 이렇게 신경 쓰이죠거미는 진짜 하루 종일 한 발짝도 안 움직여요. 그러다 어느 순간, 줄 하나를 스르륵 뽑아요. 그게 끝이에요. 근데 그걸 보고 있으면 마음이 좀 가라앉아요.딱히 뭘 하지 않는데, 자기 할 건 다 하는 것 같은 느낌? 그 조용함이… 묘하게 편했어요. 괜히 더 관찰하게 돼요.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존재수조에 손 대보면 아무 반응도 없어요. 그.. 2025. 4. 13.
🐠 반짝이는 조용함, 구피와 함께 한 날들 “구피를 왜 키우냐고요?”음… 잘 설명은 못 하겠어요. 처음엔 그냥 예쁘다고만 생각했어요. 작고, 색도 화려하고, 계속 움직이잖아요. 근데 이상하게, 자꾸 눈이 가더라고요.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물속을 천천히 떠다니는 그게… 묘하게 마음을 끌었어요.지금 생각해보면, 그 조용함이 좋았던 것 같아요. 뭘 하진 않지만, 뭔가를 계속 하고 있는 듯한 느낌. 그게 이상하게 위로가 되더라고요.물이 전부인 존재, 그래서 더 조심하게 돼요구피는 생각보다 예민해요. 물 온도가 살짝만 변해도 가만히 멈춰버리고, 조명 켜는 시간도 일정하지 않으면 스트레스 받더라고요.처음엔 잘 몰라서 물도 한꺼번에 갈고, 먹이도 많이 주고 그랬는데 어느 날부터 애들이 가라앉기만 하고 안 움직이는 거예요. 그때 조금 무서웠어요. "아… .. 2025.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