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도롱뇽을…? 그런데 말이에요
처음엔 그런 생각 들었어요. 이걸… 굳이 키운다고? 도롱뇽을? 그 미끌미끌하고, 물속에서 가만히 있는 거. 좀 애매하고, 뭔가 특별히 예쁘다기보단… 조용한 생명?
근데 그게 좋더라고요. 누구랑도 말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잖아요. 말 없이 그냥 옆에 있어줄 누군가. 그게 필요했던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마음이 잔잔해져요
도롱뇽은 진짜 가만히 있어요. 한참을 바라보고 있어도, 잘 움직이지 않아요. 그래서인지… 나도 그냥 멈추게 돼요.
물속에 떠 있는 나뭇가지 위에서 숨 쉬는 것도 거의 안 보이는데, 가끔 눈을 깜빡일 때— 그때야 “아, 살아있네” 싶어요. 그 정도로 조용해요.
습도, 진짜 중요해요. 얘네는 피부로 숨 쉬잖아요. 그래서 공기마저 촉촉해야 해요. 하루에 한두 번은 분무기로 살짝 뿌려줘요.
그걸 하다 보면 묘하게 마음이 차분해져요. 뭐랄까… 내가 지금 누군가의 공간을 돌보고 있구나, 그게 손에 잡히지 않더라도 조용히 연결되는 느낌이 들어요.
가까이 가면 숨고, 멀어지면 나와요
가까이 다가가면 숨고, 멀리 떨어지면 천천히 나와요.
손을 들이밀면 구석으로 쏙 들어가고, 그냥 조용히 보고 있으면… 슬금슬금, 물 위로 다시 나오더라고요.
그걸 보고 있으면 나도 괜히 조용해져요. 굳이 뭘 하지 않아도 되는 그 시간, 묘하게 위로가 돼요.
먹이 주는 것도, 시끄럽지 않아요.
귀뚜라미나 아주 작은 먹이를 주면 툭, 하고 입으로 받긴 하는데… 물소리도 거의 없고, 움직임도 없고. 그저 받아먹고, 그대로 멈춰 있어요.
그래서인지 매번 “먹은 건가?” 하고 다시 보게 돼요.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주는 생명
밤엔 조명이 약해지면 조금씩 더 움직여요. 그때 수조 앞에 앉아 있으면, 나도 조용해져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고 말도 안 걸어도, 얘는 그냥 물속 어딘가에 있거든요.
그냥… 그게 좋아요.
도롱뇽은, 가까이 가면 도망가요. 근데 멀리 있으면 천천히 나와요. 그게 꼭 사람 같기도 해요.
요즘 사람들, 가까이 가면 부담스러워하고 거리를 두면 오히려 다가오기도 하잖아요. 얘는, 그걸 말 없이 보여주는 느낌이에요.
어쩌면 그래서 지금, 이 조용한 생명이 나한텐 더 필요했던 걸지도요.
말 없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하루를 좀 더 천천히, 조금은 다르게 버틸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