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안 줘도 된다고 했다.
근데 안 주면 마른다.
그래서 한 번씩 뿌려준다.
내가 기억날 때마다.
그 정도면 되는 걸까?
아직 안 죽었으니까… 되는 걸지도.
가벼운 생명, 묶이지 않은 존재
흙이 없다.
화분도 없다.
그냥 철사에 걸어놨다.
가끔 누가 물어본다.
“그거 진짜 살아 있어?”
나도 잘 모른다.
근데 죽진 않았으니까,
살고 있는 거겠지.
움직이지 않고,
말도 없고,
가끔은 방향도 바뀌지 않는데
그래도 보고 있으면
살짝 안심된다.
내가 안 보는 사이에도
쟤는 계속 그대로 있다.
그게, 괜히 좋다.
햇빛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창가 바로 옆 말고,
그늘에 두고 있다.
직접 쬐는 건 싫어하니까
그냥 밝은 곳.
그게 맞는 거라면.
아주 느리게, 살아 있는 것처럼
자라지 않는다.
크지도 않고,
꽃도 피우지 않는다.
근데 이상하게 매일 다르게 보인다.
내 기분 탓일까?
어제는 푸르렀고
오늘은 좀… 회색에 가까운 것 같다.
물에 담그는 날은
약속처럼 고요하다.
손으로 조심조심 꺼내서
접시에 눕히고,
그 위에 물을 흘린다.
물을 마시는 건지,
그냥 지나가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마른 잎이 다시 촉촉해지면
살아 있구나,
그 생각이 든다.
비 오는 날엔
창문 옆에 같이 둔다.
비를 직접 맞진 않지만
공기 중에 뭔가가 흐르면
쟤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틸란드시아는
내가 뭘 많이 하지 않아도 괜찮다.
사실 거의 안 한다.
근데도 그냥 거기 있다.
딱히 돌보지도 않았는데
어쩌다 보면 그대로 있다.
왜인지… 그게
멀리 있던 마음이 살짝 가까워지는 느낌이라서.
누군가에게는
‘식물 같은 것도 못 키운다’는 말이
가볍게 들릴지 몰라도
나는 알 것 같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근데 쟤는…
그걸 가능하게 해준다.
그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