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해보고 싶었어요, 별생각 없이
처음엔 그냥 해보고 싶었어요. 작은 통 하나, 투명한 플라스틱. 그 안에 개미가 산다니. 진짜 될까 싶었고, 사실… 뭐가 어떻게 되는지도 잘 몰랐어요.
그냥 여왕개미 한 마리. 물 조금, 먹이 젤리 하나. 그리고 한참. 아무 일도 안 일어나더라고요. 죽었나? 싶을 정도로. 근데 배가, 아주 살짝… 오르락내리락. 그걸 보고서야 “아, 아직 살아있구나” 생각했죠.
그때는 진짜 그랬어요. 이걸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근데 해야 할 건 별로 없었고, 하면 안 되는 게 많았어요.
처음 알을 봤을 땐, 그냥 조금 가벼워졌어요
처음 알을 봤을 때, 진짜 감정이 확 오는 건 아니었어요. 근데 어딘가 가벼워졌던 건 사실이에요. “아, 시작됐구나.” 그 정도?
그리고 일개미. 정말 작고… 아직 힘도 없어 보여서 기어다닌다기보다, 바닥을 더듬는 것처럼 움직였어요.
나는 그냥 놔뒀어요. 어떻게 도와야 할지도 몰랐고. 사실,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습도? 말들 하길래 분무기도 써봤는데 한 번은 곰팡이 피었어요. 그 후로는, 그냥 손끝에 묻은 물로만. 뚜껑 열고… 살짝 닿는 정도?
그게 나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애들도, 나도.
필요 이상은 아무도 원하지 않더라고요
먹이도 그래요. 많이 줄수록 좋은 줄 알았거든요. 근데 상해요. 개미도 안 먹고, 입구 막아버리고.
요즘은 그냥, 쌀알 반쪽만큼? 젤리나 밀웜 잘게 자른 거. 그냥 놔두고, 그걸 가져가는지 안 가져가는지… 사실 모를 때도 있어요.
근데 그걸 보면서 “얘네도 필요 없는 건 안 건드리는구나.” 그런 생각, 들었어요. 괜히 손댔다가 흐름만 깨지니까.
죽음을 말 없이 정리하는 걸 봤어요
죽은 개미도 있었죠. 조용히 옮겨가고, 구석 어딘가에 쌓아놨어요. 사람으로 치면… 공동묘지? 그 정도?
근데 그걸 꺼내야 하나? 예전엔 그랬어요. ‘죽었으면 치워야지.’ 근데 이젠 안 그래요. 그 친구들이 알아서 하니까. 거기까지가 그들 세계의 방식이구나, 싶었어요.
그걸 지켜본 날 밤, 좀 말이 줄었어요. 누구한테 말한 것도 아닌데, 그냥 혼자서 조용해졌어요.
내가 거기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더라고요
지금은 뚜껑도 자주 안 열어요. 그냥 옆에 앉아 있어요. 개미들이 내가 있는 걸 알까? 글쎄요. 근데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말 없고, 요구 없고, 그냥 자기들 일 하고 있어요. 나는 그걸 보면서, 내 일도 그냥 해요.
이게 잘하고 있는 건진 모르겠어요. 근데… 나쁘진 않아요. 개미 농장은, 키우는 게 아니라 지켜보는 거더라고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드문 시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