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그걸 왜 키워…?”
다들 그렇게 말해요. 솔직히 나도 처음엔 무서웠거든요. 다리가 너무 많고, 빠르게 움직일까 봐 괜히 긴장되기도 하고.
근데 이상하게… 눈이 갔어요. 움직임이 거의 없는데, 그래서 더 궁금했어요. ‘왜 가만히 있는 걸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물론, 아무 생각 없겠지만요. 그래도요.
거의 안 움직이는 생명인데, 왜 이렇게 신경 쓰이죠
거미는 진짜 하루 종일 한 발짝도 안 움직여요. 그러다 어느 순간, 줄 하나를 스르륵 뽑아요. 그게 끝이에요. 근데 그걸 보고 있으면 마음이 좀 가라앉아요.
딱히 뭘 하지 않는데, 자기 할 건 다 하는 것 같은 느낌? 그 조용함이… 묘하게 편했어요. 괜히 더 관찰하게 돼요.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존재
수조에 손 대보면 아무 반응도 없어요. 그래도 나 혼자 긴장해요. “혹시 점프하면 어떡하지…?” 근데 안 해요. 아무것도.
그냥 줄에 매달려 있거나, 조용히 벽 한 켠에 있어요. 누구랑 뭔가 하려고 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오히려 내가 먼저 조용히 다가가게 돼요. 말도 안 했는데, 거리감을 지켜주는 느낌이 좀 있거든요.
먹을 때는 확실해요. 그거 하나는 진심
귀뚜라미 한 마리 넣었더니, 순식간에 줄 타고 내려가더니—툭. 딱 붙잡고, 그대로 가만히 있어요. 둘둘 감고, 움직임 멈추고.
그걸 처음 봤을 땐 약간 무서웠는데요. 이제는… 그냥, 그게 얘의 밥 먹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그거조차도 되게 조용하고, 이상하게 정돈된 장면이에요.
거미줄은 그냥... 그 애의 방식이에요
밤새 실이 바뀌어 있어요. 줄이 어지럽게 쳐져 있고, 아침엔 거기서 얘가 조용히 앉아 있어요.
우리는 그런 거 치우고 없애려고만 하잖아요. 근데 얘한테는 그게 ‘하루를 버티는 방식’이겠구나 싶었어요. 줄 한 가닥 한 가닥, 그냥 있는 게 아니었어요.
결론이라고 할 것도 없어요
거미는 멀리서 봐야 돼요. 가까워지려 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그게 더 편해요, 얘도 나도.
혹시 요즘 너무 시끄럽거나, 누구랑 이야기하기도 피곤하면… 그냥, 거미 한 마리 지켜보세요.
아무 말도 없고, 아무 반응도 없지만 묘하게,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리고 그게… 생각보다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