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버섯 키트가 도착했다. 겉보기엔 그냥 흰 덩어리. 축축하고 차갑다. 냄새는 거의 없다. 습도를 맞춰야 한다고 해서, 물 한 번 뿌려줌. 손끝에 닿는 촉감이 좀 이상하다.
아직 아무 변화는 없다. 기다리는 일밖에 없다.
Day 2
아침에 확인. 어제랑 똑같음. 하지만 겉이 살짝 더 눅눅해진 느낌. 습도는 유지됨. 물을 너무 많이 주면 곰팡이 생긴다고 해서 딱 한 번만 뿌려줌.
밤엔 어둡게, 햇빛은 피해서 서랍장 안에 넣어둠. 조금 답답할까?
Day 3
아무것도 안 변했다. 그래도 물은 줬다. 습도계는 없지만 겉이 마르면 안 된다니까.
눈에 보이는 건 없는데 뭔가 안에서 자라고 있는 기분은 있다. 기분일 수도. 아니면 내가 조급한 걸지도.
Day 4
아침 7시. 변화 있음. 배양체 한쪽에서 진짜 작고 동그란 점 하나 올라옴.
진짜 작다. 콩 반쪽보다 작음. 근데 확실히 어제 없던 거. 기분이 묘했다. 이걸 계속 보게 될 줄은 몰랐다.
Day 5
그 점이 조금 더 커졌다. 살짝 탱글해 보인다. 만지진 않음. 보고만 있었다.
물을 뿌릴 때 조심하게 된다. 살짝 옆쪽에만 분무했다.
조용한데 존재감 있다. 기분이 진정되는 느낌. 별 일 없는데도 그렇다.
Day 6
하나가 둘이 됐다. 두 번째 버섯도 비슷한 크기. 옆에 나란히 붙어 있음. 그냥 보기만 했다. 이상하게… 말을 걸고 싶어짐.
아무 말도 안 하지만 같이 있는 느낌. 조용한 친구?
Day 7
첫 번째 버섯이 수확할 수 있을 만큼 커졌다. 손으로 살짝 비틀었는데 ‘톡’ 하고 떨어졌다.
놀랄 정도로 부드러웠다. 안에 물기 가득. 손끝에 촉감이 남는다.
그 자리는 금방 비었는데 그게 아쉽지 않았다. 아마 또 자라겠지. 다시 물을 뿌려뒀다.
버섯은 말을 안 한다. 빛도 싫어하고, 조용한 걸 좋아한다. 근데 같이 있으면, 나도 조금은 조용해진다.
매일 하는 건 별로 없는데 계속 보게 된다. 오늘은 그게… 그냥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