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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뚜라미를 키운다는 건, 소리를 곁에 둔다는 것

2bombom 2025. 4. 16. 14:33

귀뚜라미와 어울리는 가을밤 이미지
귀뚜라미와 어울리는 가을밤 이미지

 

누군가 있다고 느껴지는 밤

귀뚜라미를 키운다고 하면, 대부분 고개를 갸웃해요. “그 소리나는 벌레를 왜?” 그렇게 묻죠.

그런데 조용한 밤에 단 한 마리 귀뚜라미가 내는 소리를 들어보면 그 질문은 조금 달라질지도 몰라요.

귀뚜라미는 낮엔 조용히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노래를 시작해요. 그 소리는, 누군가 있다는 느낌을 남겨줘요.

혼자 있는 방 안에서 가만히 들려오는 울음은 생명이 있다는 신호 같거든요.

키우는 건 어렵지 않아요

작은 플라스틱 통, 펄라이트나 코코피트, 은신처로는 종이컵이나 계란판 하나만 있어도 돼요.

먹이는 치어사료, 잘게 썬 당근, 감자, 사과도 좋아요. 하루 한두 번 정도 습도를 유지해주면 충분해요. 너무 촉촉하면 안 되고, 마르지만 않게.

온도도 중요해요. 20도 초반대에선 좀처럼 울지 않더라고요. 조금 더 따뜻해야 해요. 25도에서 28도 사이쯤? 그때가 제일… 음, 소리가 부드러웠던 것 같아요.

근데 매일 그런 건 아니에요. 어떤 날은 아무 소리도 없어요. 괜히 걱정되죠.

그럴 땐 손대지 말고 그냥 두는 게 나아요. 좀 지나면 다시 조용히 울기 시작하더라고요. 그 순간이 좀 반가워요. 뭔가 잘 지내고 있다는 느낌?

수명은 짧지만, 그만큼 선명해요

귀뚜라미는 오래 살진 않아요. 길어야 두세 달… 짧게 끝나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그 짧은 시간 동안 그 소리가 더 크게 들려요. 방 안 공기도 좀 다르게 느껴지고요. 그게 이상했어요.

뭐라 말할 순 없는데, 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냥… 마음이 가요.

움직이지도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그냥 있다는 것만으로 괜찮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어요.

지금 밤이 너무 조용하다면요. 귀뚜라미 한 마리쯤… 곁에 있어도 좋을지 몰라요.

소리는 작지만, 그 조용한 리듬 하나만으로 달라지는 게 있어요.

그건 좀 겪어보면 알게 돼요. 말은 안 해도, 뭔가 말해주는 느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