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벌레 키워볼까 고민 중이라면, 이 얘긴 꼭 하고 싶어요
처음엔 그냥… 갑자기 생각났어요. 초등학교 때 여름방학마다 사슴벌레 잡으러 갔던 기억이요.
막 나무 밑에 뒤적이고, 케이스 들고 다니고, 밤에 혼자서 덜컥거리는 소리에 놀랐던 것도 생생하네요.
근데 이상하게 요즘 다시 그때 그 생명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하나 들였어요. 진짜 말 그대로 '들였어요'…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케이스 하나 사서.
그리고 그때 느꼈죠. 아, 이건 그냥 장식용 곤충이 아니라, 생명이구나. 그 뒤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통에 넣어두면 되는 거 아냐?”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냥 젤리 하나 넣어주고, 흙 좀 깔고, 끝!’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얘도 잘 살려면 온도, 습도, 먹이 상태, 사육 환경 이런 거 다 신경 써야 해요. 더운 날엔 사육통 속이 진짜 후끈후끈해져서, 30도 넘으면 얘네도 힘들어요.
그때는 진짜 움직임이 확 줄어요. 시원한 데 놔줘야 해요. 통풍 잘 되는 곳. 직사광선 NO.
먹이는 젤리가 제일 낫긴 한데… 이것도 생각보다 번거롭긴 해요
마트에 곤충 젤리 팔거든요. 그거 하나 사면 며칠 쓸 수 있는데, 문제는 더우면 금방 상해요.
젤리가 흐물흐물해지면서 벌레도 끼고, 그런 거 그냥 두면 위생이 엉망 돼요.
그래서 저는 이틀~3일에 한 번씩 갈아줘요. 먹은 흔적 보면 은근 귀여워요. 끈적끈적한 발자국 같은 게 남아 있거든요.
사과나 바나나 주는 분들도 있던데… 그건 솔직히 귀찮아요. 냄새 나고, 벌레 꼬이고, 관리 진짜 빡세요. 젤리만으로도 충분해요. 잘 먹어요. 진심.
흙? 그냥 톱밥이면 되지 않나? → 아뇨. 얘한테는 진짜 집이에요.
저도 처음엔 마른 톱밥 아무거나 넣었어요. 근데 얘가 자꾸 바닥만 파고들려고 하고, 뭔가 안정을 못 찾는 느낌이더라고요.
나중에 알았죠. 발효된 톱밥이나 곤충 전용 흙이 따로 있더라고요. 그거 넣으니까 확실히 달라요.
얘가 낮에는 그 안에 파묻혀서 안 보여요. 밤 되면 슬금슬금 나와서 젤리 먹고, 가끔은 케이스 벽 기어다니다가 ‘톡톡’ 소리도 나고.
나무 껍질 하나만 넣어줘도 훨씬 안정돼 보여요. 걔한테는 그게 숨을 곳이자 놀이터 같거든요.
수명은… 솔직히 길진 않아요. 근데 생각보다 여운은 커요.
보통 성충은 6개월? 길면 8개월? 짧아요. 근데… 정들어요.
하루이틀 안 나와 있으면 괜히 걱정되고, 먹이 잘 안 먹으면 ‘왜 그러지?’ 싶고.
그냥 곤충이겠거니 했던 존재가, 조용히 내 일상 한 자리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에요.
결론: 말도 없고 소리도 없지만, 확실히 존재감은 있어요
사슴벌레는 뭘 요구하지 않아요. 귀찮게 하지도 않고, 뭐 달라고 하지도 않아요. 그냥 조용히 있어요. 근데, 그게 좋아요.
지금처럼 정신없는 하루 보내고 나서 그 조용한 존재를 마주하면, “아, 그래도 내가 돌보는 누군가가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혹시 사슴벌레 키우고 싶다는 생각, 진짜 잠깐 스쳐 지나갔다면… 한 번 해보셔도 돼요. 작고 조용한 생명이, 의외로 큰 위로를 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