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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과 작은 생명 - 화분 하나가 준 위로

2bombom 2025. 4. 11. 16:07

내마음을 채워주는 화분들 이미지
내마음을 채워주는 화분들 이미지

 

처음엔 그냥 책상 위가 허전해서 시작했어요. 그냥 뭐랄까… 너무 물건들만 있으니까, 숨 쉬는 뭔가가 있었으면 했어요. 그래서 작은 선인장 하나를 사왔죠. 손바닥보다도 작은 화분에, 조그맣게 돋아 있는 초록 줄기 하나. “얘는 물도 잘 안 줘도 된다니까 키우기 편하겠지”라는 생각으로요.

그때는 몰랐어요. 그 조그만 생명이, 내 생활 루틴을 바꿔놓을 줄은.

매일 눈에 들어오는 존재가 생긴다는 것

혼자 살면, 어쩔 수 없이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 공간이잖아요. 누가 불도 안 켜주고, 물도 안 떠주고. 그래서 처음 며칠은 그냥 물 한 잔 마시고, 침대에 털썩 누워버리는 날도 많았어요.

근데 어느 날, 그 선인장을 보고 멈췄어요. 아무 말도, 아무 소리도 없는데 그냥 거기서 조용히… 살고 있는 거예요.

그날 이후로는 집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화분을 본다는 습관이 생겼어요. 물은 아직 안 줄 타이밍인지 손가락으로 흙을 눌러보고, 창가 햇빛 각도도 바꿔보고, 가끔은 말을 걸어요. “잘 지냈어?” 하고요. 혼잣말이죠, 뭐. 근데 이상하게 위로가 돼요.

식물도 말을 하더라고요, 가끔은

이상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식물도 자기 상태를 나름대로 표현해요.

처음에 키우던 다육이는 제가 너무 물을 안 줘서 잎이 쪼글쪼글해졌고, 한 번은 해가 너무 강하게 들게 했더니 화분 한쪽만 갈색으로 변했어요. 그거 보면서 “아 얘가 지금 힘든가 보다” 싶더라고요.

그리고 조절해줬어요. 물도 시간 맞춰서 조금씩 주고, 햇빛도 아침 시간에만 받게 하고.

그랬더니 진짜 놀랍게도… 며칠 뒤에 새잎이 나왔어요. 연한 초록색으로 작게, 조심스럽게.

그걸 보고 진짜 마음이 울컥했어요. “내가 잘 돌봐줬구나” 하는 기분? 별 거 아닌데, 누군가(혹은 무언가)를 책임지고 있다는 감각이 혼자 살면서 거의 잊고 지낸 감정이더라고요.

매일은 같아도, 식물은 조금씩 자라요

식물 키우는 게 재미있는 건, 속도는 느려도 변화가 확실히 보인다는 거예요.

내가 매일 아침에 물 한 컵 주고, 창문 열어주고, 그냥 그렇게 살던 시간들이 언젠가 흙 위에 새순 하나로 돌아온다는 거.

그거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져요. “내 시간도 헛되진 않았구나” 싶은 위로? 그리고 나도 모르게 리듬이 생겨요.

  • 오전 8시: 물 줄까 말까 고민
  • 오후 2시: 해 너무 강하지 않나 확인
  • 저녁 9시: 잎 하나하나 먼지 살짝 닦기

이 루틴이 생기니까, 하루가 더 질서 있게 흐르는 느낌이에요. 혼자 살아도 뭔가에 맞춰 움직이게 되고, 그게 나를 지켜주는 것 같더라고요.

작고 조용한 생명에게 배우는 것

식물 하나가, 진짜 그렇게 큰 존재가 될 줄 몰랐어요. 말도 없고, 반응도 크지 않지만 그래서 더 오래, 더 깊이 곁에 남는 존재랄까요.

혼자 있는 게 익숙한 사람일수록 이런 작은 생명이 주는 변화에 더 민감해지는 것 같아요. 그 조용한 반응 하나하나가 오히려 사람 마음을 더 크게 움직이니까요.

혹시 오늘도 집에 혼자 들어갈 생각에 한숨부터 나오셨다면, 그 공간 한구석에 작은 화분 하나부터 들여보세요.

진짜 놀랍게도, 그 조용한 초록이 먼저 말을 걸어올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