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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를 위한 달팽이 사육 현실 팁

2bombom 2025. 4. 11. 12:12

비오는날 달팽이 이미지
비오는날 달팽이 이미지

 

처음에 달팽이를 키우겠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딱 하나였어요. “달팽이?? 그걸 왜 키워?”

근데 이상하게, 마음이 자꾸 가더라고요. 비 오는 날 창틀에 붙어 있는 걸 멍하니 보게 되고, 어딘가 말도 없고 조용한 그 존재한테 괜히 끌렸어요.

그래서 그냥 해봤어요. 준비도 그다지 제대로 안 하고, 물통에 흙 조금 넣고, 상추 한 장 얹어주고. 솔직히 그때는 ‘얘가 뭘 하겠어’ 싶었거든요. 근데, 키우다 보니까 생각보다 훨씬 섬세한 동물이더라고요.

생각보다 예민한 친구예요

달팽이, 말 안 하니까 무생물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진짜 아니에요. 온도, 습도, 조명… 작은 것 하나에도 반응해요. 한 번은 사육통을 너무 햇빛 가까이에 놔뒀더니 껍질이 갈라지더라고요. 그때 좀 충격이었어요. 얘도 아프고 상처받는구나 싶어서.

그때부터는 정말 조심하게 됐어요. 습도는 항상 신경 쓰고, 바닥에 곰팡이 피지 않게 수시로 체크하고. 막 귀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그런 디테일 챙기는 시간이 되게 차분해져요. 약간… 명상 같은 느낌?

만지지 말고 바라봐주세요

처음에는 자꾸 만져보고 싶었어요. 손등 위에 올려놓고 움직이는 거 보면 신기하니까. 근데 몇 번 해보니까 얘가 점점 덜 움직이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제야 알았어요. 얘는 손길보다는 눈길을 좋아하는 동물이라는 걸요.

그 이후로는 그냥 조용히 바라보는 걸로 바꿨어요. 먹이 줄 때 말없이 기다리고, 기어다니는 거 천천히 지켜보고. 그 시간이 생각보다 마음이 편안해져요.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 속에서, 그냥 가만히 있는 시간이 생기는 거니까요.

먹이, 물, 그리고 칼슘

먹이는 뭐 간단해요. 상추, 오이, 당근 같은 채소 주로 주는데, 무조건 씻고 말려서 주는 게 좋아요. 농약 남아 있으면 바로 반응 와요. 제가 그랬어요. 오이 한 조각 줬다가 하루 종일 안 움직이길래 식겁했죠.

껍질 튼튼하게 하려면 칼슘 꼭 챙겨야 해요. 저는 계란 껍질 구워서 가루로 만들어서 조금씩 주고 있어요. 물은 그릇에 담으면 위험하니까 스프레이로 습도 유지하는 정도면 충분하고요.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거 하나. 사육통은 항상 깨끗하게. 곰팡이, 진드기 생기면 바로 탈 나요. 한 번 진드기 생겼을 땐 정말 고생했어요. 아이가 계속 껍데기 안에만 있고 안 나오는 거 보는데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달팽이를 키운다는 건…

사실 다른 사람들한테 “달팽이 키워”라고 말하면, 다들 신기하게 봐요. 이해 못 하는 눈빛도 있고, 그냥 웃어넘기는 사람도 있어요.

근데 저는 그런 시선에 신경 안 써요. 얘가 나한테 주는 정서적 안정감은 진짜 크거든요. 아무 말도 안 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은데 그 존재 자체가 묘하게 마음을 편하게 해줘요.

하루에 몇 분, 달팽이에게 상추 하나 올려주고, 바닥 한번 닦고,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으면 진짜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용해져요.

결론

달팽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드셨다면, 그 마음을 무시하지 말고 한 번 해보셔도 좋아요. 근데 단 한 가지, ‘작다고 쉽게 볼 동물은 아니다’라는 것만은 꼭 기억해주세요.

얘도 아프고, 예민하고, 신경 써줘야 하는 존재예요. 그만큼 교감의 방식도 특별하고, 그래서 더 애정이 쌓여요.

소음 없는 동물, 느림의 미학, 그리고 혼자 사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조용한 친구. 달팽이, 생각보다 괜찮은 선택일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