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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지 말고, 바라보는 생명에 대하여

by 2bombom 2025. 4. 13.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청개구리 이미지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청개구리 이미지

 

이 질문, 정말 많이 들어요.
“개구리를 키운다고요? 그 물컹한 거요?”
그때마다 저는 그냥 웃어요. 처음엔 저도 그랬거든요.

왜 굳이 개구리를? 손에 안 올려지지도 않고, 말도 안 하고, 껍질도 없고… 참 애매하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한 번 들이면 빠져요. 그 조용하고 느릿한 생물이 어느새 방 안 풍경의 일부가 되거든요. 그리고 그게, 묘하게 따뜻해요. 말도 없고, 시끄럽지도 않은데 그냥… 살아 있다는 것 자체로 전해지는 느낌이랄까요.

키우기 쉬울 것 같죠? 아니에요. 딱 ‘알아야만’ 쉬운 생물이 개구리에요

솔직히 말해요. 물 하나랑 통 하나 넣고 키울 생각이라면, 안 하는 게 나아요. 개구리는 은근히 예민한 친구예요. 특히 청개구리나 트리프록 같은 종은 습도, 온도, 은신처까지 다 챙겨야 돼요.

특히 습도, 이거 놓치면 바로 컨디션 나빠져요. 하루에도 두세 번 정도 스프레이로 수조 안 벽을 적셔줘야 해요. 물이 많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물 깊이가 너무 깊으면 얘네는 불안해해요. ‘얕은 물 + 오를 데 + 숨을 곳’ 이 세 가지가 기본이에요. 그걸로 공간이 ‘자기 거’라고 느끼거든요.

먹이는 움직이는 게 답이에요

이건 사람들이 가장 당황하는 부분이에요. 얘네는 정지된 건 ‘먹이’로 인식 못 해요. 그러니까 마트에서 파는 말린 먹이? 그거 주면 거의 안 먹어요.

작은 귀뚜라미, 밀웜, 초파리… 이런 걸 줘야 해요. 그리고 움직이는 걸 잡아먹는 순간이 꽤 멋있어요. 작은 혀가 쓱 나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데, 그 동작 하나로 하루 스트레스가 좀 날아가요. 묘하게 시원하거든요.

만지지 않는 게 예의예요

이건 꼭 말해두고 싶어요. 개구리는 ‘관찰용’이에요. 절대 애완동물처럼 만지거나 쓰다듬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피부가 얇고 민감해서 사람 손에 닿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감염이 올 수 있어요.

처음에는 저도 욕심이 났어요. “얘랑 조금만 더 가까워지고 싶은데…” 그런 마음이 들거든요. 근데 개구리는 자기만의 거리를 두는 동물이에요. 멀리 있으면서, 대신 나름의 방식으로 존재를 보여줘요. 지켜보는 걸로 충분하다는 걸 알게 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렸어요.

개구리와 함께한 저녁

요즘도 저녁이면 방 안에 조명이 조금 어두워질 때, 수조 안의 아이가 나뭇가지 위로 살짝 올라와 있어요. 가만히 있거나, 천천히 움직이거나. 그 모습 하나가 묘하게 위로가 돼요.

딱히 나한테 말을 걸어주지도 않고, 애정을 표현하지도 않는데… 이상하게, 그 조용함이 위로로 느껴질 때가 있어요. 누구도 나한테 말을 걸지 않는 그 순간에, 얘는 가만히 옆에 있거든요. 그래서 더 고맙더라고요.

마무리

개구리는 만지지도 않고, 귀엽다는 말도 잘 못 듣는 존재예요. 하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람 옆에 조용히 머무는 법을 알고 있는 동물이에요.

그걸 이해하게 되면, 개구리는 어느새 ‘애완동물’이 아니라 ‘공간을 함께 쓰는 동료’가 돼요. 눈에 띄지 않아도, 존재감은 분명한. 그게 개구리예요.

혹시 요즘, 조용한 누군가가 필요한 날이라면… 개구리도 한번 생각해보세요. 말 없고, 가만히 있지만—충분히 곁이 되어주는 친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