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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아나? 그거 집에서 키운다고?”

by 2bombom 2025. 4. 12.

이구아나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미지
이구아나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미지

 

처음 얘길 꺼냈을 때 반응이요? 딱 그랬어요. “헐… 파충류? 그거 무섭지 않아?” 근데 사실, 나도 망설였어요. 얘가 진짜 집 안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차갑고 딱딱한 애라서… 감정도 없어 보이고.

그런데요. 유리 케이지 안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있던 그 작은 이구아나를 본 순간. 묘하게 끌렸어요. 시끄럽지도 않은데… 뭔가 단단한 느낌? 말 없이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날 이후로, 그 애는 우리 집 식구가 됐어요.

아무 말도 없지만, 그만큼 예민한 친구

사실 처음엔 쉬울 줄 알았어요. 울지도 않고, 뛰지도 않고, 그냥 가만히 있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웬걸요. 온도 조금만 틀어져도 밥도 안 먹고, 움직이지도 않아요. 그냥 나뭇가지 위에 멈춘 조각상처럼 딱 굳어 있어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계속요. 처음엔 몰랐는데, 온도가 살짝 낮았던 거였어요. 진짜 예민해요.

그리고 얘는 뭔가 마음에 안 들면 확 티는 안 내도, 조용히 멀어져요. 진짜로. 말 없이 불편함을 전하는 스타일이랄까…?

가까워지고 싶어도, 억지로 하면 오히려 멀어져요

한동안은 솔직히 좀 조급했어요. 얘 좀 만져보고도 싶고, 손 위에 올려서 같이 있고 싶고. 근데 얘는 아니에요. 다가가기만 하면 쏙 숨어버리고, 눈도 안 마주치고. 약간, “건들지 마세요” 이런 느낌? 😅

그러다 어느 날, 그냥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 있었거든요. 아무 생각 없이 있었는데, 걔가 슬쩍 고개를 돌려서 날 보는 거예요. 그거 하나로 진짜 마음이 찡했어요. “아, 얘도 나를 의식은 하고 있었구나.” 그 이후로는 괜히 무리해서 다가가지 않아요.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곁에 있어주는 느낌으로 지내요.

이구아나는 세팅이 전부예요

정말로요. 환경 세팅이 진짜 전부예요. 온도는 30도쯤 맞춰주고, 밤에는 살짝 낮춰주고. 자외선 램프는 꼭 켜줘야 하고요. UVB는 생명이에요. 물을 안 마신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대신 습도로 흡수해요. 그래서 하루에도 두세 번, 분무기로 칙칙 뿌려줘요.

밥은 채식 위주예요. 상추, 당근, 호박… 잘게 썰어서요. 그리고 칼슘이랑 비타민 D3도 꼭 챙겨야 해요. 안 그러면 등뼈 휘고, 나중엔 밥도 잘 못 먹어요. 고기나 과일? 안 돼요. 한 입 줬다가 탈 나는 수 있어요. 은근 손 많이 가는 아이예요.

묘하게 평화로운 시간

저녁쯤 되면, 얘가 나뭇가지 위에 올라가서 멍하니 있어요. 그 시간이 이상하게 좋더라고요. 아무것도 안 하는데… 마음이 편해져요. 그냥 나도 같이 멈추는 기분. 하루종일 정신없이 살다가, 그 앞에 서 있으면 괜히 숨이 가라앉아요.

“이구아나는 감정을 안 드러낸다” 이런 얘기, 저는 안 믿어요. 우리가 그걸 모르고 있을 뿐. 얘는 분명 뭔가 말하고 있어요. 그게 눈빛일 수도 있고, 미세한 움직임일 수도 있고요. 조용히 전하는 방식일 뿐이에요.

마무리

이구아나는 안아달라고도 안 하고, 와서 비비지도 않아요. 그래서 외로울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근데요. 그 조용함이 때로는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해요.

요즘 너무 많은 게 시끄럽잖아요. 그 속에서 말 없이 곁에 있어주는 생명체, 그게 이렇게 고마운 일인지 몰랐어요.

혹시 요즘 마음이 번잡하다면… 이구아나, 한 번 생각해보세요. 말은 없지만, 분명히 곁을 내어주는 친구예요. 서두르지 않아도, 언젠가는 마음을 조금씩 열어줘요. 그게 이 아이만의 방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