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그걸 집에서 키운다고?”
처음 이 얘길 꺼냈을 때, 주변 반응은 예상대로 놀람 그 자체였어요. 사실 저도 망설였거든요. 작고 빠른 동물이 집안에서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공간은 충분할까?
그런데 우연히 구조된 한 마리 다람쥐를 만나게 됐고, 그 눈빛에 마음을 빼앗겼어요. 너무 작고 조심스러웠지만, 그 안에 뭔가 단단한 생명력이 느껴졌달까요.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제 일상에 다람쥐 한 마리가 들어오게 되었어요.
조용할 줄 알았지만, 꽤 분주한 친구
다람쥐는 생각보다 활발하고 시끄러워요. 조용한 숲속 친구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 작은 존재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상상 이상이에요.
아침이면 벌써부터 뭔가를 찾고, 숨기고, 오르고, 도망치고... 마치 집 안이 작은 숲이라도 된 것처럼요.
소파 뒤에서 해바라기 씨를 몰래 숨겨놓은 걸 발견했을 땐 웃음이 나면서도, “얘 진짜 본능으로 사는구나” 싶었죠.
키우면서 느낀 건 하나예요. 얘는 단순히 ‘귀엽기만 한 존재’가 아니란 거. 작지만 자기만의 루틴과 습성이 분명하고, 그걸 존중해줘야 아이도 마음을 열어요.
다가가지 않으면, 조금씩 가까워져요
솔직히 처음엔 손 위에 올려놓고 쓰다듬고 싶었어요. 작고 예쁘니까, 아무래도 그렇게 하고 싶더라고요.
하지만 다람쥐는 그걸 원하지 않았어요. 제 손을 경계했고, 낯선 기척에 재빨리 도망쳤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냥 손바닥에 해바라기 씨 하나만 올려놨는데… 망설이던 아이가 조심조심 다가와 먹기 시작했어요.
그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말은 못하지만 “이 정도는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조심스럽게 거리를 지켜요. 다가가지 않고, 대신 지켜봐주는 것.
그 거리감이 오히려 우리 사이를 더 편안하게 만들어줬어요.
작지만 세심하게, 매일이 돌봄이에요
다람쥐의 하루는 먹이와 환경, 그리고 청결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먹이는 주로 해바라기 씨, 호박씨, 당근, 사과 조각 같은 걸 주는데 반드시 세척하고 잘 말린 후에 줘야 해요. 조금만 이상한 게 있어도 바로 반응이 오니까요.
사육장은 높이가 있는 걸로 준비했어요. 얘네는 위로 오르는 걸 좋아해서 가로보단 세로로 넓은 공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리고 꼭 숨을 수 있는 작은 하우스도 필요해요. 누구보다도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한 동물이니까요.
물을 직접 마시게 하진 않고, 스프레이로 습도만 적당히 유지해주는 편이에요. 청소는 주 2~3회 꼼꼼하게 하고요.
진드기 한 번 생기면 진짜 고생이에요. 아이가 껍데기 안에만 들어가 있고 안 나오니까... 그 모습이 마음 아프더라고요.
다람쥐와 함께하는 하루는
하루 중 가장 조용한 시간이 있어요. 해 질 무렵, 다람쥐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씨앗을 깨물어 먹는 그 순간.
소리도 크지 않고, 특별한 일도 없지만… 묘하게 마음이 놓여요.
그 시간에 나도 함께 멈추는 기분이에요. 바쁜 하루 속에서 잠깐의 멈춤, 그리고 작은 생명과의 교감. 그건 아마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보다 더 깊은 무언가일지도 몰라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에요. 꾸준히 챙겨야 하고, 예상 못한 변수도 많고요.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 작은 생명을 지켜주는 일, 생각보다 내가 더 위로받고 있구나.”
결론
다람쥐는 시끄럽지도 않고, 말을 걸어오지도 않지만…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돼요.
작은 움직임 하나, 눈빛 하나, 씨앗 하나 깨무는 모습조차 우리 일상에 잔잔한 울림을 남겨줘요.
혹시 요즘 마음이 복잡하거나, 나만의 조용한 교감이 필요하다면 다람쥐를 한 번 생각해보세요.
작다고 가볍게 볼 동물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만큼, 소중한 마음을 천천히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예요.